내 군생활...가장 무서웠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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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일이 있기 불과 3일 전에 GOP에서 작업병 하나가 예초기로 제초 작업을 하다 철책에 기스를 냈는데...

  이게 철책 절단 흔적으로 오인되어 새벽 세시에 실탄 들고 출동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지 3일이 지난 일요일.

  가뜩이나 수색까지 갔다온뒤 피곤해 죽겠는데 실상황까지 걸려버린 깊은 빡침이 가시지 않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전 그날 당직 부사관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위병소에서 온 전화 한통.

  "지금 위병소에 거수자 한명이 부대에 들어가야겠다고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거 민통은 어떻게 뚫었대?(...)

  민통=민통선=민간인 통제선.(...)

  하여간 황당함을 넘어 이렇게 연이어 일이 터지니 참 환장 하겠더만요.

  "그냥 잘 말해서 돌려 보내라. 민통 안에서 농사짓는 분이겠지."

  "아니 지금 이분이 너무 강하게 저항을 하셔서 위병들 날아가고 난리도 아닌데 말입니다...야! 막아!"(...)

  순간 빡쳐버렸습니다.(...)

  "아 거 그럼 그냥 때려 잡아! 위병 조장이라는게 니가 뭐 해야될지도 몰라 임마!? 위병소 근무 얼마나 했어 너!?"

  그리고 우리 애들이...

  격하게 저항하는 그 거수자의 배를 총구로 찌르고(...) 등을 개머리판으로 찍어서(...) 겨우겨우 진압을 했지요.(...)

  그러고도 난리라 겨국 위병 조장실의 의자에 묶어 놨는데...

  (참고로 당시 지독하게 당한 위병조장 왈. "아유...뭔 영감 힘이 저렇게 세!?";;;)

  당직 사관님께서 중대장님께 보고를 하시고 중대장님은 주둔지로 오시는길에 대대장 '형'에게 보고를 하셨습니다.

  일단 대대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처리를 해야 되기에 중대장님과 함께 위병소에서 대대장 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에서 내리자 마자 "어느놈이 겁도 없이 수색대 위병소에서 행패야!? 어디 얼굴좀 보자!" 하고 들어가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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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군단장님!"(...)

  와아...진짜 뭐...'무섭다' 정도로 설명이 안되는 그런 감정이 화악 솓아 오르더라구요.(...)

  뭐랄까...

  난 죽었다?(...)

  하여간 포승줄을 푸는 시간도 아까워서 칼로 끊어 버렸는데...

  군단장님 왈.

  "음, 역시 수색대야. 아주 좋아."

  매우 흡족해 하셨습니다.;;;

  그리고...

  "야! 대대장!"

  "중령 XXX! 예!"

  "너 나좀 보자."(...)

  마치 이등병의 그것과도 같은 각을 잡고 계신 대대장 형과 함께 중대 회의실로 가셨습죠.(...)

  그리고 군단장님께서는 우리 중대에 휴가증을 주셨고...

  저와 위병소 근무자들은 돌아오는 월요일 바로 휴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민통초소에 입막음까지 하시고는 아주 작정을 하고 시찰을 나오셨다고...;;;

  근데...휴가를 가려고 통근 열차를 탔는데...

  옆에 헌병대 아저씨들이 서 있어 그런가 왠지 육군 교도소 가는 군용 열차 탄 기분 이더군요.(...)

  하여간 그 일이 있고 군단장님께서 돌아가신 후 대대장 형께서 말씀 하시길...

  "뭐 어쨌건...잘들 했다. 휴가 잘 다녀들 와."

  칭찬을 엄청나게 들으셨다고...(...)

  근데 또 잘 생각을 해 보니 이날 우리 폭파관님 쉬는날이길 천만 다행인게...

  이양반 성격상 거수자 왔다 그러면 맨 먼저 달려나가서 때려 잡았을거 아니에요 이양반.(...)


  P.S.

  아침에 일어나서 점호를 하고 산악 구보를 하려고 산을 뛰어 올라가는데...

  한창 올라가던 와중에 동기 한명이 발을 잘못 딛어 '엌!' 하면서 넘어졌습니다.

  그 소리와 포즈가 매우 웃겼기에(...) 저는 뒤돌아 보며 "하하! 빙신!" 하고 비웃어 주고는 다시 앞을 봤는데 말이죠...

  코앞에 나무가 있었고(...) 저 역시 '엌!' 하면서 들이 박고는 뻗었죠.(...)

  방금전에 넘어졌던 동기가 "하하! 빙신!" 하고 비웃고 가더군요.(...)

  이건 제 군생활의 가장 쪽팔린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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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참치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던 반전이었지만 역시 짜릿(?)함이 느껴지는군요.
타메를란  
군단장 그 양반 총맞아 죽으려고 안달이 나셨군요... 아무리 그래도 (명목상으로는) 전시상황인 나라에서 저건 욕 먹어도 싼 일 아닌가 싶은데요...
현재진행형  
뭐 그래도 존경할만한 지휘관이었죠.
타메를란  
물론 저런 일을 벌일 배짱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지휘관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베스퍼  
잘못맞아서 어디 크게 다치기라도 하셨으면 어찌하셨으려고 저런짓을(...) 볼드+폰트사이즈 덕분에 손이 더더욱 오그라드네요 후덜덜
ps는 마치 만화에서 나올것같은 상황인데 실제 겪으신거군요 으익...
김고든  
군단장님.....
쓰리스타가 거수자를 자처하다니...
hypnotica  
왜 그렇게 힘이 셌는지도 설명이 되는군요...
안샤르베인  
뭐랄까 무서우면서도 웃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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