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한민국 역대 최강의 클럽팀
한국축구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논쟁 중 하나는 역대 최강의 팀이 어디냐는 문제입니다. 황선홍과 라데가 뛰었던 포항이냐, K리그 역대 최고의 성과를 올렸던 신태용의 일화냐, 김호 감독 체제하의 슈퍼스타 군단이었던 삼성, 그리고 새로이 3연패 기록을 달성한 전북이 보통 이 주제에 올라오는 팀들입니다.
그러나 사실 잘 생각해보면 K리그의 이전시기까지 고려하면 생각 외로 이 논쟁은 아주 손쉽게 종결될 수 있습니다. 바로 양지 축구단의 존재 때문이지요.
양지 축구단은 박정희의 지시로 만들어진 클럽입니다.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이 8강에 진출했던 모습을 보고 박정희는 중앙정보부에 명령을 내려 당시의 소식을 전파에 타지 않게 조치하는 한편, 당시 중정부장이었던 김형욱을 쪼아서 만든게 바로 양지 축구단입니다.
군사정권 시절에 만든 축구단이라 입단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좋은 말로 할때 들어온다. 구단주도 생각이 있으면 이적에 동의하고 사인할 것으로 믿는다.
2. 1번을 거절하면 일단 우리 지금 만나자. 만날 장소는 남산이다.
60년대 당시에 남산에서 중앙정보부장과 만난다는 의미는 대충 아실거라 믿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선수들을 불러모아 차린 팀이 양지 축구단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로 김호, 이회택, 이세연, 김정남 등 당대 국가대표 선수들을 모조리 소집한 겁니다. 2002년에 중앙정보부가 있었다면 2002 월드컵 멤버를 그대로 다 데리고 온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해외 전지훈련(?!)을 나가서 26전 18승 2무 6패라는 기록도 세우고, AFC 챔피언스 리그의 전신인 아시아 챔피언 클럽 토너먼트에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두지요.
사실 지금에 와서 보면 양지축구단이 아무리 잘해도 일개 K리그 팀과 붙어도 이기지 못할 겁니다. 한국축구는 엄청난 발전을 했거든요. 양지는 아시아 챔피언 클럽 토너먼트 준우승이 최고기록이지만 지금은 ACL 우승을 경험한 K리그 팀만 6팀입니다. 아예 ACC시기에는 K리그 팀끼리 결승전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황영조와 이봉주가 세운 기록이 손기정보다 대단하다 손 치더라도 감히 그 누구도 황영조와 이봉주가 손기정보다 더 위대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보면 사실 양지라는 팀은 당시 한국축구에서 가히 적수가 없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팀이었음은 분명하며, 이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그 어떤 K리그 팀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위치임은 분명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