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 4m 이내의 파워드 슈트를 그려 봤습니다 + 설정 나열

Loodiny 0 3,322
0.
자게에 올린 건 완전히 묻혔어!!!



1.
간단하게 전고 4m 미만의, 전투공병용 다목적 작업용 파워드 슈트를 그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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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뭐, 범용성을 위해 딱히 세계관을 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일단 지금 설정해 놓은 바에 따르면,
이런 전고 4m 미만의 거대 파워드 슈트를 전투공병들이 널리 사용하는 이유는,


사교육 때문입니다.


...저기, 농담 아닙니다. 좀 더 정확히는, ‘출산율’ 때문이죠.

대충 제가 구상하는 SF 세계관 정도가 되면, 출산율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가 슬슬 본격화될 시점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당장에 지금 대한민국만 해도 출산율의 감소로 인해 병력 수가 줄어드는 문제 때문에 함부로 모병제로 전환하거나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형편이죠.

말하자면, 이게 극단화된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스페이스 콜로니나 테라포밍 등의 ‘영토의 확장’ 이 일반화된 세계관이라면, 설사 출산율이 그렇게 낮지 않더라도 ‘단위 면적당 인구’는 극적으로 줄어들 테고, 그 넓은 영토를 관리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의 병력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겠죠.

따라서 노동 인구의 감소에 따라 병사 한 명의 가치는 현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치솟을 테고, 따라서 군은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기계화 및 병사들의 생존 능력을 향상시키는 쪽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인 전투기라던가, 자동화를 통해 화기를 운용하는 인원을 줄이는 것은 현대에도 계속 연구되고 있는 부분이죠. 어쩌면 이 정도 기술력이라면 무인 전차 같은, 우리 시점에서 보기에 황당한 물건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장이 완전 무인화된다면 밀리터리 SF 장르가 유지될 이유는 없을 겁니다.(...)

특히 야전에서 교량을 건설하고, 폭약을 설치하고, 설비를 수리하는 등의 작업들은 어느 정도 사람의 인력이 필요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만큼 종합적인 상황 판단 능력을 가진 AI의 개발은 어려울 테고, 설사 그런 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병기에 탑재시키려면 컴퓨터가 본체보다 커지는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질 테니까요.

게다가 점령하거나 수복한 설비들은 사람에게 맞춰 개발된 만큼 사람이 쓰기 편한 구조일 테고, 볼트를 조으고 부품을 들어올리며 폭약을 반죽하는 등의 다양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장비를 일일이 설치하는 것보다 사람의 손과 비슷한 구조의 다목적 매니퓰레이터를 다는 쪽이 편할 겁니다. 또한 이런 장비들을 운용하는 병사들은, 격렬한 전장에서 보병들의 소화기나 IED, 생화학 병기나 방사능 등에 조금이라도 내성을 갖게 하는 쪽이 귀중한 인적 자원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일 테고요.

결국, 이런 ‘다목적 작업용 파워드 슈트’ 가 인력소모를 줄이고 적은 병력으로 많은 작업을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저출산 미래 사회에서 다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정이죠.


그리고 이런 장비들이 병사들의 생존율을 올려 준다는 점에 주목해, 시가전 등의 상황에서 활용될 수도 있을 테고요. 공병은 전투 병과니까.



2.
그래서 일단 설정해 놓은 제원을 나열하자면,

먼저 장갑은 에어로젤에 탄소 필름을 수십 겹 감싸놓은 복합장갑으로 설정했습니다. 원래 우주전함의 장갑재로 설정했던 것이 전차 장갑 등등 오만 데에 쓰이고 있는 괴랄한 물건인데(...), 설정상 보병 단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중기관총을 포함한 모든 상대적 소구경 화기와 성형작약탄에 대한 완벽한 방어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어로젤에 탄자가 파고들면서 완충이 되는 원리인데, 때문에 마찰 등에 대한 마모를 막는 탄소 필름에 탄자가 튕겨나가는 경우는 별로 없고, 일단 한번 피격당하면 얼마만큼 화력에 노출되던 간에 장갑은 걸레짝이 되어버립니다. 현재 에어로젤의 가격을 생각해 보면 괴이하지만, 춘추전국시대와 현재 철제 도구의 생산가 차이 같은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하지만 날탄 같은 대구경 포에 취약하다는 것이 흠. 때문에 전차 등에서는 현대의 슬랫아머나 반응장갑 같은 느낌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구동계는 인공근육으로 움직입니다. 전류를 흘리면 수축하는 고분자 중합체 물질을 실 형태로 만들어 다발로 묶은 다음 제어계를 연결한 것인데, 골격에 연결하여 전류를 받으면 수축하는 것으로 인간의 근육과 유사하게 기동합니다. 발생시키는 힘의 크기는 리니어 모터와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효율이 높습니다. 게다가 폭발물 등에 의해 받은 충격을 상당량 완화시키는 기능도 할 수 있습니다. 인공근육 다발은 일부가 총격 등에 의해 손실되어도 나머지 부분은 멀쩡히 작동하기에, 심지어 허벅지 근육의 2/3이 손실되어도 어떻게 걷는 것은 가능한 수준입니다. 또한 골격계의 ‘인대’ 는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음에도 쉽게 탈착, 교체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의 편의성과 공격헬기 같은 ‘맞으며 버티는’ 이미지를 위해 일반적인 외골격 구조 대신 내골격 구조에 장갑을 씌우는 방식을 도입했다는 것을, 위의 인공근육과 장갑 설정에서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이런 인간을 그대로 모방한 구조 때문에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경합금으로 구성된 골격이 존재하며, 이 골격 내로 ‘신경계’가 지나갑니다. 관절부는 인간의 연골처럼 완충 및 마찰 완화 기능을 하는 젤 형태의 물질로 덮여 있어 마모를 줄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인공근육을 덮고, 그 위에 아라미드/탄소 복합소재 천으로 만든 '피부'를 덮고, 그 위의 골격과 연결되어 있는 소켓에 장갑을 결합시키는 것으로 파편이나 먼지 등에 대해 내부를 보호합니다. 야전시에 '피부' 가 손상되었을 경우, 응급처치용 테이프식 '반창고'를 붙인 다음 열을 가해 녹여 고정시키는 것으로 땜빵이 가능합니다. 매니퓰레이터에는 작업용 장갑을 씌워 정교한 관절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내부 장비를 보호하고 어느 정도의 자가복구기능을 부여하기 위해서, 윤활유 대신 '순환액' 이라고 하는 마이크로머신을 용해시킨 액체를 피부 내에 펌프로 순환시킵니다. 이는 윤활유이자 냉각수이며, 동시에 자잘한 잔고장을 저절로 수리하는, 사람의 혈액과 거의 같은 일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근육 등에서 발생한 열은 순환액에 의해 전달되어, 방열핀/삭과 연결되어 있는 펠티어 소자에 의해 외부로 방출됩니다.

두부는 각종 센서와 전자전 장비를 모아놓은 것으로, 레이더나 광학 카메라 등의 사정거리를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최대한 위에 배치해놓은 형태입니다. 기본적으로 적외선 등을 포함한 광학 카메라에서 간단한 레이저 목표지시기, 무전기 등이 탑재되어 있으며, 지휘관기 등은 ECM 장비나 대포병 레이더(!), IED 재머 등도 탑재하고 있어 전자전 및 아군 포병에게 정밀한 화력지원 요청이 가능합니다.

동력원은 초전도 배터리로, 내부에 전류를 무한히 순환시키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지만 사실 언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전장 환경에서는 빈말로도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다만 백팩에 여분의 배터리를 다량 짊어지고 가는 것을 통해 장기 기동 자체는 가능합니다. 내부의 콘덴서를 통해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정도 시간 동안은 기동할 수 있으니까요.

조종 방식은 이제는 식상해질 정도인, 관절이 달린 조종간을 잡아 팔의 움직임을 증폭시켜서 조종하는 방식입니다. 다리 역시 비슷한 방법이긴 하지만, 조종사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비교적 간단한 동작으로 걷거나 뛰는 동작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360° 전방위 모니터 같은 자원낭비 대신, 고글에 달린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연동시키는 것으로 파일럿은 시야를 확보합니다. 물론 증강현실 역시 직관적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팔의 움직임을 증폭시키는 조종방식은 사격의 정밀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격무기는 보조 시스템을 사용하여 운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먼저 조종간에 달려있는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하는 트랙볼을 이용한 정밀 조작 방식이 있으며, 미사일 등의 락온이나 신속한 사격을 위해서는 눈동자의 움직임에 따라 조준하는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장된 AI는 적이라고 인식한 물체에 대해서는 대강 조준점을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알아서 정확한 사격을 보조해 주기에(버블파이터를 해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으실 듯), 정확한 조준사격은 무리더라도 화망을 펼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어깨와 팔, 넓적다리 위에 존재하는 색분할 부분은 장비들을 장착하는 소켓으로, 파일벙커나 요술봉(고유진동수와 공명한 진동을 발생시켜 건물을 파괴시키는 장비) 등의 건설장비를 장착하는 것이 본래 용도였지만 대공 저출력 레이저포나 맨패즈 발사대 같은 자위용 무기도 장착 가능합니다. 넓적다리의 소켓은 충전식 장비 등을 장착해 두는 홀스터에 가까운 개념이긴 합니다만.



3.
제가 그림을 잘 못 그리다 보니, 보면 무리수가 상당합니다.

아니, 뭐 메카닉 디자인을 몇 년 정도 한 것도 아닌데(인간형 메카닉을 제대로 그려본 건 세 개 정도밖에 안 됩니다), 벌써부터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요.


쩍벌에다가 구부정한 다리(어떻게든 짧은 다리로 균형을 잡고, 사람이나 장비가 들어갈 자리를 확보하고 복잡한 고관절 구조를 얼버무리기 위한 발악),

옆으로 뚱뚱한 외형(키를 높이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사람이 들어가고 장비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 근데 옆으로 넓어도 전면투사면적 크잖아?)

넓고 얇은, 분할되어 있는 발(접지압을 낮추고 균형을 잡으며, 전고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구조)

극단적인 곡선 배제와 네모난 다리(곡선을 잘 못 긋기 때문), 디테일의 부족(그냥 그림 실력이 모자라서), 정면샷 고수(건담 서기를 그릴 만한 구도 잡기 실력이 안 됨)...


뭐, 사실 이건 제 창의력의 문제 전에 기술력의 문제(...)인 걸로 보이므로, 열심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겠죠.

예컨대, 저 고관절 부분은 도저히 어떻게 장갑을 덮어야 할지 생각이 안 나서, 대충 곡면으로 덮어서 넘겨버렸습니다.(...) 실제로 저런 형태로 관절부를 덮는 장갑을 설계하면, 소총탄은 말할 것도 없고 조약돌을 던져서 우연히 걸려도 다리가 순식간에 완전히 작동불능이 될 겁니다. 하지만 도저히 생각나는 구조가 없어서 얼렁뚱땅 그렸죠.

게다가 그 부분은 측면샷에서 잘못 그려서, 자세히 보면 정면샷보다 고관절이 한참 아래에 있습니다.(...) 적당히 뇌내보완 해주세요.

그리고 도저히 매니퓰레이터를 깔끔하게 못 그리겠어서, 무슨 에반게리온마냥 장갑을 씌워버렸습니다.(...) 뭐 현실적으로 보면 무리가 없는 설정이긴 한데(공사장에서 다들 노목 끼잖아요. 메이플 말고)


뭐, 그래도 지금까지 그려 온 것 중에서는 가장 '병기스럽게' 나와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터무니없이 가늘게 나오던 다리도 나름 굵게 나왔고, 근육덕후(...)인 친구의 도움으로 팔도 근육 같은 느낌을 좀 줄 수 있었고요. 제 특유의 X-Y-Z축 허리관절 구조도 나름 정리가 되었고. 또 어떻게든 프레임(은 아니고, 내부 피부라 해야겠죠) 노출부 없이 장갑을 다 덮는 것도 성공했습니다. 저는 내부 프레임이 드러나는 로봇을 매우 ‘비현실적으로’ 여기거든요.


친구야 ‘보이지 않는 허접함’ 이 넘쳐난다고 막 깝니다만. 하지만 친구가 제안한 대로 하면 글자 그대로 ‘비현실적’ 이므로, 저는 그냥 제 고집대로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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